작년 교토에 다녀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기이했던 일이 있어서 써본다.
사실 귀신을 믿는 성격은 아닌데, 이번 일은 좀 달랐다.
가까운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갔고, 이전에 가봤던 곳이라 이번엔 교토 쪽에 3일 정도 머물렀다. 첫날은 기요미즈데라, 산넨자카, 니넨자카, 야사카신사까지 빡빡하게 도는 일정이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평소에 싸움도 거의 안 하던 남편이랑 여행 첫날부터 다퉜다. 남편이 계속 무기력해 보이고, 내 말에도 반응이 없었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남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고, 공황 증상처럼 숨도 못 쉬겠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사케 마을 근처의 한적한 동네를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가 거세게 쏟아졌고, 지나가던 어떤 일본 할머니가 우리 앞을 가로 막고
뭔가 충고하는 듯한 손짓을 하시며,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내가 일본어를 조금 아는데도 너무 빨라 잘 안 들렸고, 대충 들은 건
"조심해, 여기 사건 사고 많았어. 어른들 조심해" 이런 말.
뭐지? 싶었지만 그냥 이상한 일 하나 겪었다고 넘겼다.
그리고 아라시야마 쪽으로 이동했는데, 비는 더 심하게 내렸고
돌아다니기 어려워 온천에서 잠시 쉬었다가 대나무 숲에 가려고 했지만
남편이 또 갑자기 아파와서 숙소로 바로 돌아갔다.
그렇게 여행 내내 아팠고, 한국 돌아온 후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3개월 넘게 내과, 한의원 다 다녔는데도 특별한 원인이 없었다.
정신과 한의원에선 자율신경계가 급격하게 망가졌다고 했다.
생활 습관은 달라진 게 없었고, 유일하게 다른 건 교토 여행뿐이었다.
그러다 남편 누나에게 들은 얘기. 예전에 누나 분도 교토 다녀오고 똑같이 아팠다고 한다. 교토 그리고 신사에 함부로 가는 게 아니란 걸 처음 들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아 귀신이 많다고 한다.
장례식장처럼, 기가 약하거나 몸이 약한 사람이 가면 영향을 받는다고…
그제야 소금 뿌리고 팥 뿌리고 했더니 남편이 토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진짜 그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많은 게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이상한 건 또 있었다.
아픈 동안 남편은 본가에 가 있었는데, 나랑만 만나면 다시 증상이 심해졌다.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 교토에 처녀귀신이 많다고 하던데,
혹시 나랑 남편이 다시 가까워지는 걸 막으려고 그런 귀신이 붙은 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실제로 겪고 나니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평소 기가 약하거나 몸이 잘 아픈 사람이라면 교토에 길게 머무는 건 조심하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진짜 오래 고생했다.
#속마음털어놓기